영어, 무작정 깔보기(18)
What day is today?
오늘이 무슨 요일(날)이죠?
(엉? What day is it today?라고 해야 맞는 거 아닌가? 시간을 나타낼 때는 비인칭 주어인 it을 써야지!)
아니랑게요. What day is today?라고 해도 된당게요.
native speaker 들이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예전에는 반드시 What day is it today?라고 말했는데 요즘은 그냥 What day is today?라고 말해도 된답니다.
대답도 예전에는 It's Tuesday today.였는데 요즘에는 Today is Tuesday.라고 합니다.
오늘이 며칠이죠?는 영어로?
What date is today?입니다.
영어도 이렇게 계속 진화를 하는 중입니다. 언어의 진화는 항상 현재 진행형입니다.
표준말로는 아직 진화가 덜 됐지만, ain't가 있습니다. 원래 흑인들이 쓰던 속어인데 백인들도 가끔 사용합니다. am not을 줄인 형태죠? 아직 더 장구한 세월을 두고 추이를 봐야겠지만, am not을 줄이는 다른 대안이 생기지 않는다면 먼 나중에 표준말로 호적신고를 할 지도 모릅니다.
Let's wait and see.
두고 봐야겠죠.
I don't love you no more.라고 말하는 걸 들어 보셨나요?
이 친구도 사실은 정상이 아닙니다.
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하려면,
I don't love you any more.라고 해야 합니다.
not ~ no more라고 말하면,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므로 이상한 말이 됩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도 말하더군요.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I don't love you no more.가 I don't love you any more.보다 더 강조하는 의미다'라고 할 지. 나야 뭐 native speaker가 아니니까 더 두고 봐야죠.
(어이, 임쌤, 뭐 좀 잊은 거 없슈? 처음에 시작할 때는 연하고 부드러운 영어가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요즘 계속 딱딱한 뼈만 씹히던데 워케 된 거유? 오늘은 뭐? 영어가 변할 때꺼정 기둘리라구? 그게 우덜한테 할 말이라고 허셩 시방? 우덜은 기다릴 시간 없승께 현재 쓰는 영어나 갤캐줘유!)
녭. 때리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native speaker를 처음 만나면 만난 지 약 5분 ~ 10분 동안은 대화가 됩니다. 이름도 서로 물어보고 출신지도 이야기하면서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잠깐. 서서히 검은 구름이 몰려오죠? 등골에서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어떡하면 이 자리를 벗어날 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저도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아마 중학교 1학년이었던가 2학년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제 첫 경험을 말씀해드리죠.
Imm : Hello!
Carl (or whatever) : Hi!
Imm : (일단, 배운 대로 해보자) I'm glad to meet you.
Carl : Same here.
Imm : (이건 또 뭐야. 안 배운 말이잖아. 아무튼) What is your name?
Carl : My name is Carl.
Imm : (오, 제대론데) Where are you from?
Carl : I'm from America.
Imm : How did you come to korea?
Carl : By plane.
여기서 대화는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무슨 일로 한국에 왔냐'고 물었는데 '비행기 타고 왔다'니? 그 당시까지 학교에서 배운 영어의 밑천이 벌써 바닥나는 바람에 다른 말을 할 게 없어서 Good bye로 마무리.
제가 How did you come to korea?라고 물은 건, '한국에 어떻게 왔느냐?' 즉 '무슨 일로 왔느냐?'의 뜻이었고, 내 딴에는 과거 조동사 did까지 깔끔하게 써먹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영 딴 다리를 긁고 있었다는 판단하에 좌판을 걷었습니다. Same here.가 '저도 그렇습니다'라는 뜻인지도 몰랐으니 오죽했겠어요?
제가 이런 경험을 얘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그 당시의 그 경험이 그 걸로 그냥 끝났더라면, 지금 이 걸 쓰고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경험으로 인해 영어적인 표현 방식과 한국어적인 표현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더 절실히 깨닫고 영어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됐으며, 꼭 그 이유만은 아니었습니다만 더 나아가 영어를 전공하면서 수 많은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제가 영어를 떠받들지 말고 짓밟으라니까 영어를 증오하나보다 생각하시는 일부 독자님이 있을까봐 말씀드리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영어는 나의 사랑하는 모국어인 한국어 다음으로 사랑하는 친구입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영어의 성격은 그 변화무쌍함에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어를 그 속에 품고 있는 언어인 영어를 하나의 target language로서 익히는 것을 벗어나, 제가 맨날 하는 말입니다만 신주단지 모시듯이 천상에 올려 놓았으니 그것을 끌어내려서 주물러 터뜨려야 내것이 되든 말든 할 거 아니냐는 충고일 뿐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아, 이거 또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주얼거리다 보니, 벌써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되고 말았군요. 전국에 계신 독자 여러분, 다음 이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어휘휴------ 임쌤! 이 중증 초강력 썰렁 골수병은 화타나 편작이 와도 두 손, 두 발, 목발까지 다 들겠슈. 차라리 지구 온난화 방지라도 도울 겸, 남극에 가서 얼음이나 얼리쇼, 어휘휴-------)
임주선 기자
immjsmike@hanmail.net
ⓒ 한국기자연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