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가 10년 이상 이 사건 거주지에서 장기간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이상, 피고는 주민등록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원고의 전입신고를 수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투기나 전입신고에 따른 이주대책 요구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거부하는 것은 주민등록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감, 민변 공익소송위원회, 비닐하우스주민연합,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 7월 비닐하우스촌 주민의 주소지를 찾기 위해 서초구 잔디마을, 강남구 수정마을, 과천 꿀벌마을의 주민대표를 원고로 하여 “전입신고 거부 취소처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세 마을에 대한 소송 중 첫 번째 판결로, 민변 공익소송위원회 서순성 변호사가 진행했다. 수정마을과 꿀벌마을의 판결은 12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2000년에도 참여연대, 강동송파시민단체협의회(현재 위례시민연대),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은 비닐하우스촌인 송파구 화훼마을과 개미마을의 주민을 원고로 하여 "주민등록전입신고 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송파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거부당해 주민등록에 근거한 각종 행정 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비닐하우스촌 주민의 자녀들은 주소지가 아닌 위장전입한 주소지를 근거로 학교를 배정받아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야 하는 곳으로 통학을 하고 있고, 해당 학교에서 불법 위장전입이 발각되어 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 사례 역시 속출하고 있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등 각종 복지행정서비스도 주소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거나, 주소지를 입증하더라도 그 절차가 까다로워 각종 복지행정서비스를 제공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4년 행정자치부는 이 같은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권리침해를 해소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 비닐하우스 주민들의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적극 수리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지만, 지자체는 비닐하우스촌이 불법 무허가 가설물로 즉시 철거대상이며, 전입신고로 인해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의 전입신고를 거부해 왔다.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로 거주 관계를 파악하고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려는 주민등록법의 목적에 비추어 이미 장기간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주민에 대하여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또한 주민등록 전입신고의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행정관청이 주민들에게 주민등록 위장 전입과 같은 불법을 조장하고 주민들을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에 다름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들 단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비닐하우스촌의 주거실태 조사가 이루어져 주거극빈층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의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지자체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에 대한 전입신고 거부를 중단하고, 행정자치부는 이를 책임있게 관리감독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