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대첩축제 개막식 직전 발생한 판옥선 화재가 전남개발공사 측의 관리 소홀과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전남개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행사 참가와 일반인 공개를 목적으로 건조된 판옥선과 안택선이 건조 후 관련법규에 따른 등록 등록은 물론, 안전검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선박들은 당초 해상퍼레이드에 투입될 계획이 아니었으나,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험운항도 거치지 않은 채 ‘시험 삼아’ 행사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선박 개조 과정에서도 이날 화재가 발생한 판옥선과 함께 건조되던 안택선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그동안 공사 측의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화재 선박에 대한 현장조사와 관계자들을 불러 사고 경위를 수사 중인 목포해경은 13일 현장 감식을 시도 했지만, 화재로 인한 피해 정도가 커 침몰 위험 등으로 결국 감식을 포기하고 14일 안전조치 후 다시 현장감식을 실시키로 했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운항 전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단순한 행사 목적이 아니라 운항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선박은 등록을 해야 하지만 이 선박은 등록되지 않았다”며 관련 법규를 검토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시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한 관광객은 “명량해전에서 이순신장군이 타고 호령했던 판옥선이 전승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불에 탄 채 왜선인 안택선 옆에 초라하게 있는 것을 보니 씁쓸할 뿐이다”며 기분을 전했다.
전남개발공사의 소홀한 안전관리로 1억여 원을 들여 만든 판옥선이 1회용으로 전락한 것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초래할 뻔해 주민들의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편, 명량대첩축제 개막일인 11일 오후 4시경 해남군 우수영 선두항 전방 5m 해상에서 60톤급 목선으로 제작된 판옥선이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이 배는 해남 우수영항~진도 녹진 구간을 두 차례 운항한 후 우수영항으로 귀항하던 중 기관실 쪽에서 처음 불길이 시작돼 해경과 소방서가 출동,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지 못해 전소됐다.
축제당일 명량해전 재현행사에 참여키로 돼 있던 판옥선은 첫 운항에서 이 같은 변을 당해 왜선인 안택선 옆에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채 관광객들에게 선 보였다.
전남개발공사 측은 최근 1억9200만 원을 투입, 감척 대상 어선을 개조해 이날 불탄 판옥선과 안택선을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