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숙적 일본에 패하며 아쉽게 결승 진출이 좌절 됐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벌어진 WBC 토너먼트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일본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으나 7회 구원투수들의 난조로 일본에 집중타를 허용하면서 0-6으로 무너졌다.
한국은 이로서 6연승 끝에 첫 패배를 당하며, WBC 초대 우승의 꿈을 아쉽게 접어야했다. 반면 2라운드에서 1승2패를 하고도 미국의 탈락으로 어부지리로 4강에 오른 일본은, 예선에서 우리에게 두 차례나 패한 설욕전을 펼치며 결승까지 오르는 행운을 잡았다.
예상했던 대로 경기는 시종일관 팽팽한 투수전의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선발 맞대결을 펼친 서재응과 우에하라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뛰어난 피칭으로 6회까지 양팀의 강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며 0-0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어갔다.
이날도 서재응의 호투와 야수진의 잇단 호수비로 선전하던 한국이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은 7회초였다. 한국의 두 번째 투수로 나선 전병두가 선두 타자 마쓰나가에게 우측 펜스 하단을 강타하는 2루타를 맞으며 위기가 시작됐다. 곧바로 김병현을 투입한 한국은 첫 타자 다무라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하였으나, 곧이어 대타 후쿠도메에게 결승 2점 홈런을 맞으며 한순간에 분위기가 일본 쪽으로 기울었다.
상승세를 탄 일본은 7회에만 무려 10명의 타자가 돌아가며 홈런 1개 포함 6안타로 대거 5득점하며 승부의 추를 단숨에 돌려놓았다. 오 사다하루 감독이 고비에서 투입한 대타 작전이 잇달아 성공을 거둔 것이 치명타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본은 8회 선두 타자 다무라가 배영수에게 솔로 홈런을 빼앗으며 0-6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한국은 1회 이종범의 2루타로 맞이한 선취 득점 찬스를 후속타자 이승엽과 최희섭이 연속 삼진과 범타로 물러나며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초반 일본을 흔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한국은 7회까지 일본 선발 우에하라에게 산발 3안타 무득점으로 철저하게 봉쇄당한 것이 뼈아팠다. 일본은 8회 야부타, 9회 오쓰카로 이어지는 탄탄한 계투진으로 한국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은 이날 믿었던 이승엽-최희섭의 중심타선이 단 1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하고 볼넷 하나를 얻어내는데 그쳤다. 공격의 물꼬를 터주어야할 톱타자 이병규는 대회 내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간 상대에게 2점 이상을 내준 적이 없던 철벽계투진이 7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 장면도 안타까웠다. 한국으로서는 투구수 제한에 걸린 박찬호와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구대성의 공백으로 마운드 운용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 최대의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팀의 선전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당초 목표로 했던 4강을 달성한데다 한수위의 전력으로 생각했던 미국과 일본을 잇달아 연파하며 세계에 한국 야구의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이번 대회 최대의 성과라 할만하다.
앞서 열린 도미니카의 쿠바의 경기에서는 아마최강 쿠바가 3-1로 난적 도미니카에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선착했다. 행운의 4강 진출에 이어 한국을 누르고 결승에 오른 일본은, 결승전에서 쿠바와 WBC 초대 챔피언 자리를 다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