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개월여 남짓 앞으로 다가온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해외파 선수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무한 경쟁을 선언한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에서 최종 엔트리 발표가 다가오면서, 소속팀에서 아직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해외파 스타들이 엔트리 확보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면, 무엇보다 소속팀에서 자기 실력을 입증해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있다. 한마디로 이름값에 기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국내파와 해외파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국내파들이 상대적으로 전지훈련을 통하여 급격한 기량향상을 일궈내며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것을 감안할때, 당장 가슴이 뜨끔한 쪽은 오히려 해외파다.
특히 분발해야할 것은 2002 월드컵 당시 4강 주역으로 활약했던 공격수들이다. 안정환(뒤스부르크),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설기현(울버햄프턴)등은 현재 소속팀에서 활약은 고사하고 제대로 출전할 기회조차 잡지못하여 소외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별한 부상이 없는 이상, 출전 기회조차 얻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그만큼 감독의 신뢰를 얻지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밖에 안된다.
이 선수들은 모두 2002월드컵 이후로 누구보다 앞서서 해외 진출과 빅리그 이적을 타진했던 선수들이다. 그러나 지난 4년여동안 이들이 보여준 성장의 속도는 실망스러운게 사실이다. 이탈리아 세리에 A와 일본 J리그, 프랑스 르 샹피오나를 거쳐 독일 분데스리가에 안착한 안정환은, 가장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여전히 저니맨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전에서의 탁월한 개인기와 골 감각은 인정받고 있지만, 터프한 수비수들을 상대로 몸싸움에 약한데다 공을 지나치게 오래끄는 경향이 있다는 약점을 고치지 못했다.
차두리는 스피드와 몸싸움에서 탁월한 경쟁력이 있지만, 역시 미숙한 문전처리와 볼 컨트롤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소속팀 감독으로부터 수비수로서의 전환까지 테스트 받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번 월드컵이 독일에서 열리는 무대임을 감안할때, 차두리의 현지 경험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아예 벤치만 지키고 있어서는 아드보카트 감독도 생각을 달리할수 밖에 없다. 안정환과 차두리는 둘다 지난 앙골라전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설기현은 지난 번 앙골라전에서 차출되었지만, 개인 건강문제로 대표팀 합류를 거부했다. 사정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윙 포워드 경쟁이 치열한 아드보카트호에서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비슷한 포지션에서 이천수와 정경호, 박지성, 박주영 등 재능있는 동료, 후배들이 급성장하고 있어서 2002년 붙박이 주전이었던 설기현의 입지도 그리 튼튼한 편이 못된다.
반면, 박지성과 이영표는 부상같은 돌발적인 이변이 없는 한 대표팀 합류와 주전 확보는 확정적이다. 당당히 대표팀 공수의 중심축으로 인정받고 있는 박지성의 최종 포지션 결정에 따라 경쟁자들의 포지션 구성에도 일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이영표는 왼쪽 수비수로 포백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 유력하지만, 상황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터키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의 경우, 둘에 비해 주전 확보는 아직 미지수지만, 최소한 엔트리 합류는 낙관적이다.
일부에서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잠시 해외파를 소외시키고 있어도 결국 최종 엔트리때는 모두 합류시키지 않겠느냐고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지금은 유럽파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 잠시 의도적으로 배제시키고 있지만, 결국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감안할때 현지에서 갈고 닦은 유럽파의 경험을 무시할수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대표팀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며 유럽파와 2002 멤버도 그 경쟁의 대상에서 결코 자유로울수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