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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통계는 국가 기본질서에 관한 사항입니다
중앙일보가 문제를 제기한 재정규모에 관한 통계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작성해서 OECD에 제출한 국제적인 통계입니다. 이 통계가 틀렸다는 중앙일보의 주장은 국가정책의 신뢰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국가의 신뢰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가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통계는 가장 기본이 되는 국가기본질서에 해당하는 중요한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위조지폐 문제와 같은 차원으로 이야기했던 것도 묵과할 경우 국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미칠 파급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재정규모 28.1%라는 통계는 국민계정체계에 따라서 작성되는 것입니다. 국민계정은 GDP 통계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서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국민계정 통계를 못 믿겠다면 GDP 통계도 못 믿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가장 신뢰를 받아야 하고 권위 있는 중앙은행 통계를 못 믿겠다면 믿을 수 있는 통계가 어디 있겠습니까?
GDP통계도 못 믿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은행은 보도자료(4월 6일자)를 통해 2004년도 우리나라 일반정부의 총지출규모는 219조원으로 GDP 대비 28.1%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통계는 미국, 영국 등 OECD회원국과 같은 기준으로 국민계정체계(SNA : System of National Accounts)에 따라 작성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 재정규모가 미국(36.4%), 일본(37.5%), 스웨덴(57.3%)보다 작다는 것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나 OECD는 최고의 경제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들이 권위를 가지고 작성하는 통계를 건전하게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서 왜곡시키는 문제는 재정당국으로서는 간과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재정당국은 인신공격성 보도에 대해서 조차도 대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통계가 훼손되는 문제에 대해서 재정당국이 입다물고 방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재정당국이 중앙일보의 통계왜곡 보도와 관련하여 언론을 적대시하여 대응을 한 적은 없습니다. 단지 기본통계가 훼손됨으로써 국가정책의 신뢰를 전반적으로 추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려 하는 것입니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해서 국민들이 오해가 없도록 하는데 역점을 둔 것입니다.
센티미터 자와 인치 자는 다른 것입니다
재정당국은 재정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공공부문 전체로 그 대상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 국제비교를 하는데는 그 기준을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안은 비교의 기준과 잣대에 관한 문제입니다. 길이를 비교하는데 한쪽은 센티미터 자를 사용하고, 다른 한 쪽은 인치(1인치=2.54센티미터)자를 사용해서 측정한 후에 단위를 빼 버리고 비교한다면 커다란 왜곡이 발생하게 됩니다.
재정당국으로서는 이 문제가 ‘통계의 왜곡’ 차원에서 ‘언론의 역할’ 문제로 초점이 흐려지는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하고자 합니다. 필요하다면 공개토론회를 통해서 이 문제를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제안합니다. OECD를 포함한 국제기구의 전문가가 포함된 국제토론회가 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사실에 기초한 생산적이고 건전한 비판이 정착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