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기뻐하라
故 이한열 열사의 영전에 바칩니다
이 땅을 파먹는 모든 기생적인 힘들이
네 머리를 강타한 지금
우리들 머리 위에도 같은 속도로 날아오고 있다
이 땅 어디서고
너는 매번 자주, 민주, 통일의 이름으로 쓰러져
그러나, 이제 결코 그렇게
쓰러지지 않으려는 산자들이
아직도 살고있는 죽어야 할 자들을
애타는 갈증으로 훑어내린다
너의 죽음을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선행요인은 뇌 속 이물질 함유,
중간선행요인은 폐렴,
최종요인은 심폐기능 정지라고,
오늘 너의 영전에서
우리 모두는 이렇게 너의 죽음을 말한다
최종요인은 살인최루탄,
중간선행요인은 군부독재정권,
선행요인은 미제국주의라고!
친구여 기뻐하라,
살인자들이 다시 직격탄을 쏘아댔고
네가 쉽게 죽지 않았듯이
너와 같이 싸웠던 우리는 네 피를 딛고 다시 싸웠다
친구여 기뻐하라,
너이 시신을 쉽게 보내지 못하고
너의 아픔을 쉽게 지우지 않고
우리의 싸움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
빛의 고을이라서 서럽다던
너의 광주에는 아직 핏자국이 선명하고
신촌바닥에는 아직 너의 흘린 눈물이 낭자한데, 그러나
그러나 친구여 기뻐하라
백양로에, 광주에, 휴전선에 우리를 둘러싼 철조망
우리 손으로 걷어치우리니 그 날
친구여 그날까지
고이 잠들라
…
연세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