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이 영어로 뭐냐고 물어봤던 사람이 생각나십니까?
(아, American speak what?)
맞습니다, 맞고요.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사실, 그 한국인은 일본어 선생님이었는데, 그 때 굴을 oyster라고 대답해줬던 미국인과 같은 외국어 학원에서 강의를 했었습니다. 저와 이 둘은 모두 술을 좋아해서 자주 어울려 술집에 가곤 했는데, 전설적인 대화 한 토막을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듣기 싫다면 그냥 읽어보세요.
Team Spirit훈련이 무엇인지 아시죠?
그렇습니다. 한국군과 미군이 일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합동 군사훈련입니다.
(웬 Team Spirit?)
들어 보시죠.
한 번은 이 미국인 강사와 일본어 강사가 한 회사에서 같은 시간에 각각 다른 부서의 직원들에게 영어와 일본어를 가르치러 같이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어 강사는 차가 있고 미국인 강사는 차가 없다보니 미국인이 항상 차를 얻어 타고 다녔습니다. 이 미국인 강사의 몸무게가 거의 150 kg이었는데 그 조그만 소형차에 낑낑거리며 타는 걸 보는 것만도 구경거리였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 일본어 강사가 영어를 전혀 구사할 줄도 모르고, 영어 발음마저 일본에서 오래 살았다보니 일본인들의 그 환상적인 영어 발음과 거의 흡사한데도, 둘은 언어의 장벽을 전혀 느끼지 않는 듯 항상 영어로 communication이 가능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일정 부분은 술의 작용도 있었으리라 추측이 되시겠죠?
그런데 하루는 이 일본어 강사가 다음날 예비군 훈련이 있어서 미국인을 차로 태워줄 수 없다고 하는 대화를 제가 옆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음은 그 둘의 대화입니다. John은 그 미국인 강사의 이름입니다.
Japanese Teacher : John, tomorrow, no car.
American Teacher : Oh yeah, why not?
Japanese Teacher : Mmm, mmm, Team Spirit.
American Teacher : ??? OK, I see.
그 미국인 강사도 참, 머리가 좋습니다. 뜬금없이 Team Spirit 때문에 차를 못 태워준다니까, "이 사람이 군인도 아닌데 Team Spirit 때문이라고 하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군에 관련된 일이 있긴 있나 보다," 하고 혼자서 새긴 겁니다. "이 사람의 영어가 'American speak what?'이나 'Tomorrow, no car,'이니 내가 알아서 챙겨야지 어카갔어?"하고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OK. I see."라고 한 겁니다.
물론 이 일본어 강사처럼 영어를 구사하라는 의미는 결단코 아닙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해드리는 이유는 native speaker들이 한국인들의 영어 씀씀이 자체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서로 communication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한국인들이, 소위 말하는 정통 영어를 하건, 이른바 butter 영어를 하건, Konglish를 하건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습니다. 한국인들만 고급 영어를 구사해 보겠다며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고 있는 겁니다.
자,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을 때는 영어를 연습할 때 그러십시오. 연습할 때는 머리를 싸매고 맹렬히 연습하지는 않더니, 막상 native speaker를 만나서 즐겁게 대화를 나눠야 할 때는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는가하면 땀을 뻘뻘 흘려대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꼴입니까? Practice, practice, pracrice!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십시오. Do it now! 지금 연습중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