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자연대 탐사보도팀] 경북 김천의 한 작은 면 복지센터가 사람 냄새와 뜨거운 온기로 가득 찼다. 평생 우리 전통문화를 지켜온 전국의 최고 권위 명인·명장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들어갔고,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이웃들과 마주 앉아 정성이 깃든 따뜻한 한 끼를 나눴다.
9일 오전, 김천시 지례면 복지센터에서 ‘행복짜장면 봉사단’이 마련한 무료 짜장면 나눔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지례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회장 문혜숙·부회장 이종철·총무 이명수 외 위원 15명)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지역 어르신과 주민 300여 명이 초청돼 지역사회와 장인들이 함께 호흡하는 뜻깊은 자리가 연출됐다.

◇ ‘전통문화와 나눔의 동행’…전국 최고 장인들, 주방의 봉사자로.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봉사자들의 묵직한 면면이었다. 부산, 인천, 대전, 경산, 창원, 김해 등 전국 각지에서 엄격한 장인 정신으로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온 명인·명장 10여 명이 오직 ‘나눔’이라는 하나의 뜻으로 뭉쳤다. 평소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는 거장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오전 9시부터 주방에 틀어박혀 면을 삶고 짜장을 볶으며 식판을 나르는 헌신적인 봉사자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행복짜장면 봉사단’은 한국 토속문화의 발굴과 보존, 계승에 앞장서 온 명인·명장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단체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의 소외된 이웃과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 무료급식과 재능기부를 이어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왔다.
◇이날 행사의 주춧돌 김천의 ‘왕언니’ 박미경 선생.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따뜻한 공동체 만들어야”, 박미경 선생은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명인·명장 여러분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김천을 찾아 어르신들을 위해 정성을 나눠주신 데 대해 지역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오늘 이 자리는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는 행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소중한 공동체의 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의 환한 미소를 보니 준비 과정의 수고가 모두 보람으로 바뀌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김천이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나눔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또 “전통문화를 지켜온 명인·명장들의 봉사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며 “기술과 명예를 넘어 사랑과 실천으로 지역사회에 희망을 전하는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의 주춧돌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진제스님 “장인의 손길에 담긴 정성, 시린 세상 치유하는 자비의 등불”
특히 이날 행사를 축하하고 봉사단을 격려하기 위해 전해진 진제스님의 따뜻한 메시지는 현장의 감동을 더했다.진제스님은 축원과 인사의 말을 통해 “평생을 바쳐 전통을 세우고 문화의 혼을 지켜온 명인·명장들이 이렇듯 한마음으로 뭉쳐 소외된 이웃을 위해 고개를 숙이고 손길을 보태는 모습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보살행(菩薩行)”이라며 깊은 경의를 표했다.
이어 스님은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것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장인의 손길로 빚어낸 지극한 정성과 사람을 향한 진심”이라며, “이 따뜻한 한 그릇의 공덕이 지치고 외로운 어르신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시린 세상을 환하게 녹이는 자비의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축원한다”고 전해 현장에 모인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 전성건 회장 “어르신들 미소가 10년 봉사의 원동력”…지자체 협의체도 깊은 감사.
배식이 시작되자 주방에서 갓 조리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면이 차례로 식탁 위에 놓였고,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행복짜장면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전성건 회장은 인사말에서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오직 어르신들이 보내주신 환한 미소였다”라며 “명인·명장들이 가진 기술과 경험은 이처럼 사회의 가장 낮은 곳과 함께 나누고 실천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법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주저 없이 달려가겠다”고 엄숙한 다짐을 밝혔다.

행사를 주관한 문혜숙 지례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장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른 새벽부터 김천까지 달려와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주신 봉사단과 명인·명장 여러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오늘 이 자리가 어르신들에게는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이 되고, 우리 지역사회에는 따뜻한 온정을 확산시키는 소중한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종철 부회장 역시 “어르신들이 짜장면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준비 과정의 모든 피로가 보람과 기쁨으로 돌아온다”며 “앞으로도 촘촘한 복지 그물망을 구축해 복지 사각지대 없는 따뜻하고 살기 좋은 지례면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전국 각지 명인·명장들의 깊은 울림…“사람 섬기는 것이 전통의 본질”
이날 현장에 참여한 명인·명장들의 소감은 전통문화의 본질이 결국 '인간 존중'에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부산 이정숙 선생은 “우리 고유의 전통을 이어가는 일도 숭고하지만, 그 바탕에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섬기는 마음이 먼저 있어야 한다. 어르신들의 행복한 웃음을 마주하는 순간 먼 길을 달려온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인천 김순연 선생은 “오랜 세월 갈고닦은 기술과 재능은 나눌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무한히 커진다. 봉사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대와 지역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어 말로 다 할 수 없는 큰 보람을 느낀다”, 대전 김태연 선생은 “함께 뜻을 모아 참여한 한지우·장연화·노혜정 씨와 함께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했다. 한 그릇의 소박한 짜장면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세상 가장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전달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경산 오승호·허봉애 선생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인·명장들이 이념과 지역을 초월해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땀 흘리는 모습 자체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아름다운 정신적 전통이다”, 창원 서예경 선생은“전통문화는 결국 단절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가치다. 봉사를 통해 그 깊은 의미를 현장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어 매우 뜻깊다”, 김해 전아름 선생은 “어르신들이 그릇을 비우며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실 때, 오히려 우리가 더 큰 위로와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앞으로도 이 따뜻한 나눔의 현장에 변함없이 동참하겠다.”
행사장을 찾은 한 어르신은 “짜장면 맛도 최고지만, 전국에서 그 유명한 명인들이 직접 먼 길을 내려와 손수 음식을 만들어 주고 말동무가 되어줘 고맙다”며 “평생 기억에 남을 행복한 하루를 선물 받았다”고 환하게 웃으며 거친 손을 맞잡았다. 이날 김천 지례면에서 나누어진 것은 단순한 짜장면 한 그릇이 아니었다. 전통의 혼을 지켜온 거장들의 거친 손끝에서 빚어진 묵직한 정성과 인간을 향한 숭고한 진심이었다.
10년째 전국 방방곡곡의 그늘진 곳을 누비며 묵묵히 온기를 전파해 온 행복짜장면 봉사단. 명인·명장들의 위대한 손길은 이제 박제된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박제된 가치를 넘어, 이웃을 향한 위대한 자비와 사랑의 실천으로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그 위대한 온정은 이날 김천의 어르신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따뜻한 한 끼의 위로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