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죽음도 삶의 일부다…계양구가 던진 ‘존엄한 마지막’

[한국기자연대 김순연 전통문화 전문기자]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서는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마지막 시간은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하느냐​이다.

 

계양구가 시작한 ‘지역사회 생애말기 통합돌봄 지원사업’은 단순한 복지사업을 넘어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다.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답게 살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는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돌봄은 아프면 병원으로, 거동이 어려우면 시설로 향하는 구조에 익숙했다. 물론 의료와 시설 돌봄은 필요하지만, 삶의 모든 기억이 담긴 집과 동네를 떠나 낯선 공간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는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아픔이었다.

 

계양구의 이번 사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의료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과 복지, 가족 지원, 심리적 위로까지 연결해 한 사람의 마지막 여정을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생애말기 돌봄은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면서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일이기도 하다. 환자의 고통뿐 아니라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두려움과 외로움까지 함께 살펴야 진정한 돌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는 더 이상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와 행정이 함께 고민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됐다. 계양구가 추진하는 생애말기 통합돌봄은 행정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주민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살아온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복지의 방향일 것이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전문 인력 확보, 의료기관과 돌봄기관 간 협력 강화, 가족 지원체계 마련 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정책은 시작보다 현장에서 얼마나 오래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한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는 살아 있는 사람의 삶도 더 소중히 여기는 사회라는 점이다. 계양구의 작은 변화가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가 아니라 ‘끝까지 존엄하게 살아가는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삶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함께하는 도시.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진정한 돌봄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