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요구한 제소전화해, 임차인은 그냥 응해도 될까?

- 상가 임대차 계약과 함께 제소전화해 요구받는 임차인 적지 않아
- 조서 성립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뒤늦게 다투기 어려워
- 엄정숙 변호사 “계약서에 없는 의무·권리 제한 여부 반드시 확인해야”

[한국기자연대 백형태 기자] 상가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임대인이 ‘제소전화해’를 요구한다면 임차인은 단순한 계약 절차로 여기고 무심코 응해서는 안 된다.

 

제소전화해조서는 한번 성립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강력한 효력이 발생해, 나중에 자신에게 불리한 조항을 발견하더라도 이를 뒤집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차계약서에는 없던 의무가 화해조항에 추가되거나 법이 보장하는 임차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임차인은 법원 화해기일에 출석하거나 동의하기 전에 조항 하나하나를 계약서와 대조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제소전화해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당사자 간 합의 내용을 법원의 조서로 남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는 절차다. 상가 임대차에서는 주로 임대인이 계약 위반이나 임대차 종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명도 분쟁 등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일단 화해가 성립하면 단순한 당사자 간 합의를 넘어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임차인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어느 한쪽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양쪽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을 법원이 확인해 조서로 남기는 절차”라며 “다만 조서가 작성된 뒤에는 내용을 다투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임차인은 화해조항 하나하나를 임대차계약서와 대조해 본 뒤 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소전화해는 민사소송법 제385조 제1항에 근거를 둔다. 민사상 다툼에 관해 당사자는 청구의 취지·원인과 다투는 사정을 밝혀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에 화해를 신청할 수 있다. 화해가 성립해 조서에 기재되면 같은 법 제220조에 따라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임대차 실무에서는 계약 종료나 차임 연체 등의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건물을 인도한다는 내용을 화해조항으로 미리 정해 두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통상 임대인이 신청인이 되고 임차인이 상대방이 되며, 법원은 화해기일을 열어 양측의 의사를 확인한 뒤 합의된 조항을 조서에 기재한다. 따라서 임차인이 화해기일에 출석해 조항에 동의한다고 진술하기 전에는 화해조항 전문을 미리 받아 임대차계약서와 비교·검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조서의 강력한 효력은 임차인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부분이다. 대법원은 제소전화해조서에 확정판결의 당연무효 사유와 같은 흠이 없는 한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더라도 조서가 준재심 절차로 취소되지 않는 이상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2. 12. 6. 선고 2002다44014 판결).

 

결국 ‘불리한 내용인지 몰랐다’거나 ‘계약서와 다른 내용인 줄 알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조서의 효력을 쉽게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물론 법원이 어떤 내용이든 그대로 조서에 담는 것은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을 무효로 하는 강행규정이 있으며, 이에 어긋나는 조항은 화해기일 심리 과정에서 걸러져 조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은 차임 3기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연체한 경우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보다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연체 기준을 낮춘 조항이라면 심리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의 심리를 거친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기보다는 임차인 스스로 조항의 의미와 법적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절차 참여 방식 역시 법으로 정해져 있다. 민사소송법 제385조 제2항은 당사자가 화해를 위해 대리인을 선임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임대인 측이 임차인의 대리인 선임까지 대신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같은 조 제3항은 법원이 필요한 경우 대리권 유무를 조사하기 위해 당사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출석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차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화해절차에 참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다만 제소전화해 자체가 임차인에게 불리하기만 한 제도는 아니다. 명도 시기와 원상회복 범위, 보증금 반환 조건 등 향후 분쟁이 발생하기 쉬운 사항을 명확하게 정해 놓는다면 임대인뿐 아니라 임차인 역시 계약관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임대차계약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의무가 화해조항에 추가되거나 갱신요구권 등 법률이 보장하는 임차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다. 이런 조항을 발견했다면 그대로 동의하기보다 서명과 화해 성립 전에 수정을 요구하거나 정확한 법적 의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이 확인할 것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며 “화해조항이 임대차계약서와 일치하는지, 계약서에 없는 의무가 새롭게 들어가 있지 않은지,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없는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해되지 않는 조항이 있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의미와 효력을 확인한 뒤 응해야 한다”며 “제소전화해조서가 만들어진 이후 다투는 것보다 성립 전에 조항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