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부산 영화제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영화제 기간 도중 세 번의 공식 상영을 가졌던 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상영 전부터 GV시간이 있는 상영관을 중심으로 전관 매진을 기록하면서 부산 영화제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영화가 상영된 극장엔 관객들의 열기가 넘쳤으며 상영이 끝난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은 기존에 정해져 있던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되는 등 <저수지…>에 대한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양해훈 감독은 “한국에 있었던 실제 사건이나 우리가 겪었던 경험들을 믹서해서 바텐더처럼 쉐이크하고 상상력을 가미해서 만든 작품이다”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라는 독특한 제목은, “영화 <타잔>을 보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치타’라는 캐릭터는 주인공인 ‘타잔’을 따라다니는 원숭이로 ‘부하’를 의미하는 모욕적인 별명이어서 주인공인 ‘제휘’의 상황과 일치한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치타가 저수지에서 건져졌듯이, 절망에서 건진 희망을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에 관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어서 진행된 배우들과의 대화에선, 촬영할 때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주연인 ‘제휘’ 역의 임지규씨는 “저수지의 살얼음판을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건너야 했을 때는 오히려 실제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잘 연기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해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하여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로미’역의 임지연씨는 “저예산 영화라 밥을 100번 먹었다면 그 중 98번은 김밥을 먹으며 찍었다”고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독립영화에 많은 관심 보여주세요”라고 깜찍하게 마무리하는 센스를 보여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 밖에도 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들과 촬영 분위기 등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져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은 공식 상영이 이뤄진 3일 내내 열띈 토론으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또한,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감독과 배우에게 관객들의 싸인 공세가 이어지고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하는 등 <저수지…>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편, <저수지…>를 후원하는 ‘타잔’이 되어달라는 양해훈 감독의 주문에 환호를 보내던 관객들 덕분에 감독은 “이러다 <저수지…>의 네이버 블로그 방문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지 않을까”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폭력에 모욕과 멸시를 느끼던 20살 청년 제휘(임지규 분)가 인터넷 너머 누군가에게 보낸 구원의 요청으로 시작된 사소한 응징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아 돌이킬 수 없는 난감한 지경에 이르는 과정을 젊은 감독다운 패기로 유쾌하게 그려낸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10월 25일 전국 CGV 인디상영관에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관객과 감독, 배우들의 질문과 답변

 

 

▶감독님께서 영화를 만드신 의도는?

 

 

한국에 있었던 실제 사건들과 경험들을 믹서하고 바텐더처럼 쉐이크한 뒤, 나만의 상상력을 가미해서 만든 작품이다. 돌이킬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싶었고 결과적으로는 그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희망을 안겨주고 싶었다.

 

 

▶제목의 의도는 무엇인가?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영화 <타잔>을 보고 자란 분이라면 알겠지만 치타는 타잔을 따라다니는 원숭이로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나 부하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 때는 모욕적인 별명이었고, 제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그런 제목을 지었다. 주인공 ‘치타’가 저수지에서 건져졌듯이, 절망에서 건져진 희망을 담아내고 싶었다.

 

 

▶청춘이 뭐라고 생각되는가?

 

 

실은 몰라서 이런 영화를 만들면서 계속 질문을 던지지만 제자리에 있는 거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서 생각하면 조금씩 전진하는 거 같다,

 

 

▶영향을 받은 영화는?

 

 

멕시코 감독인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영화 <잊혀진 사람들>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택시 드라이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배우로서 촬영하면서 어떤 느낌이었는가?

 

 

(임지규)경험하지 않은 것을 실제처럼 연기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 배우라면 작은 부분까지 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신이 힘들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저수지를 바라볼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연기를 지어내려는 것이 아닌 상황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는 거 같다. 솔직히 첫 장편인데 팬티만 입고 나오는 장면과 베드신이 있어서 민망하기도 했고, 살얼음판을 걷는 장면에서는 안전장치가 없어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촬영했는데 실제 위험한 상황이 연기를 리얼하게 만든 것 같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표상우) 사실 연기하기 어려웠고 나는 보기와 다르게 순수한 사람이다. 대본을 받았을 때 첫마디가 ‘내꺼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캐릭터에 애착이 생겼다.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평범하지 않고 개성이 강해서 끌렸다.

 

 

인상 깊었고 어려웠던 장면은 마지막에 로미에게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하고 죽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표가 갈데도 없고 출구가 없는 삶인 거 같아서 슬펐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 역과 어울린다고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

 

 

(윤소시)저보다는 남자 배우들이 많이 고생한 것 같다. 장편이 처음이라 굉장히 애착이 가는 영화다. 길게 호흡한 적도 없고 연기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다. 예쁘게 보이기 보다는 진짜 연기를 할려고 노력했고 선배들에게 연기지도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첫 정 같은 영화다.

 

 

(임지연) 배우로서 당연한 거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노출하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상체에 자신이 없어서 더 부끄러웠다. 다행히 다른 스탭들의 자리를 피해주는 등 배려를 해주어서 잘 찍을 수 있었다. 혼자만 부끄러워한 것 같아서 민망했고, 숨어서 모니터했다. 저예산 영화여서 밥을 100번 먹었다면 98번은 김밥을 먹었다. 독립영화에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조성하)고생이 많았다. 실제로는 성격이 활달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다 보니 최병철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성이 여려서 표를 힘들게 괴롭히는 것도 어려운 연기였다. 그동안 강하고 센 역할을 많이 했다. 최병철 안에는 싸한 느낌도 있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가?

 

 

(윤소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촬영했다. 험악한 상황은 전혀 없었고 집에서 촬영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촬영했다.

 

 

(양해훈감독) 카메라가 인물들을 쫓아다니면서 촬영해야 했는데, 카메라 뒤에 있는 스탭은 많으면 12명, 적으면 7명 이었다. 누구 한 명이 맡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 32일동안 30회차를 촬영해서 카메라 감독이 쓰러지기도 했다.

 

 

▶표가 제휘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표상우)고등학교 때 로미가 제휘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다시 만난 후에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어 괴롭힌 것 같다.

 

 

▶표는 심한 폭력을 당하면서도 오래 버틴다. 왜 살아 남는가?

 

 

(양해훈 감독) 인물이 선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경찰과 노점상의 싸움을 보면 사람들은 노점상이 불쌍하다고 생각되지만, 사정을 들어보면 노점상이 경찰을 괴롭히는 것일 수도 있다.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받는 현실을 뒤집고 싶었다. 표도 똑같이 저수지에서 건져져야 할 인물이며 이런 사람들도 사려 깊게 대하고 싶었다.

 

 

▶저수지를 건너는 촬영에서는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가? 임지규씨가 부산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사투리로 대답 부탁드린다.

 

 

사투리를 고치고 있어서 말투가 애매하다. 사투리를 잊어버린 것 같다. 저수지 촬영은 안전조치가 없는 상황이었고, 김밥 먹으며 촬영하는 상황이라 보험은 들 수도 없었다. 1억짜리 카메라가 더 중요한 상황이었고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다. 긴장감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조성하씨는 굉장히 강한 최병철이라는 역할을 맡았는데 모델로 삼은 사람이 있는가? 어떻게 캐릭터를 형성하였는가?

 

 

(조성하)역할 모델은 없다.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최대치를 뽑아 내려다 보니 그런 역할이 만들어 졌다. 미리 생각하기 보다는 영감으로 뽑아냈다.

 

 

(양해훈 감독) 병리적 시스템을 은유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이다. 병이 있는데 없다고 진단하는 시스템을 비판하고 싶었고, 대구 지하철 참사의 범인처럼 약자가 테러를 저지르는 현실을 반영하고 싶었다. 병리적 시스템 속에서 나온 테러리스트 같은, 마치 택시 드라이버의 트레비스 같은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장희의 나체사진은 윤소시씨 본인인가?

 

 

사진의 주인공이 워낙 굴곡 있는 몸매라 눈치 채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실제로 노출했던 건 딱 한 장면으로, 넓은 등판 뿐이다.

 

 

▶중간에 흑백으로 바뀌는 장면이 있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는가?

 

 

흑백장면은 나중에 추가한 장면이다. 영화 만든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60년대 느낌을 삽입하면 저 스스로 재밌어지지 않을까 했다. 그 장면에서의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흑백이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도 있었다.

 

 

▶또 고칠 생각이 있는가?

 

 

아니다. 10월 25일 개봉한다. 여러분은 운이 좋게도 필름 버전을 보신 것이다. 사운드 5.1채널을 사용했는데, 저예산으로는 보기 힘든 음질이다.

 

 

▶순간이동 마법과 리코더가 가진 의미?

 

 

먼저 순간이동 마법은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숨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간절함을 담고 있다. 저수지를 건넌 후에 장희와 누운 제휘가 도피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는 사람은 이유가 있다.

 

 

감독은 실제로 그 사건을 겪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타자로서밖에 대하지 못하는데, 주인공이 도피해야지만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리코더라는 악기는 소리가 구슬프지만 흥이 있는 악기로, 우울한 느낌이 있지만 흥이 있는 우리 영화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또한 장희와 제휘를 만나게 해 준 매개체로 사용되며, 언어의 도구이자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되어 사용하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 인터넷이 차이를 더욱 더 깊게 만드는 공간인지 아니면 차이를 없애려는 기대가 있는 공간인지?

 

 

인터넷 심판을 반영한 것이 영화 속 시장판의 모습이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적으로 만드는 것은 모든 곳에서 이루어진다. 단지 인터넷이 두드려지게 나타날 뿐이다.

 

 

▶산에서 세명의 캐릭터가 싸우는 것을 보면 폭력이 돌고 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본 만화에 영향을 받았는지?

 

 

개인적으로 만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창의적인 소재가 아닌 공중에 떠다니는 아이디어를 섞은 것이다. 시사뉴스, 인터넷이나 주위 상황 그리고 일본 만호에서도 본 것들을 섞은 것이다. 단지, 살짝 덜 흔들어서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희가 사건 현장을 다시 찾은 이유는?

 

 

남자 감독들이 그리는 여성 캐릭터는 엄마, 천사, 창녀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 이 영화 역시 여성에 대한 보편적인 남성의 시선을 드러낸다. 사실 이 장면은 부산 영화제를 위해 추가된 장면으로 내러티브 상 장희가 사건을 온전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넣은 장면이다.

 

 

▶마지막 부분이 흐지부지 끝난 듯 해서 아쉬웠는데 왜 그랬나?

 

 

실은 표가 죽고 제휘가 그것을 모른 채 몇 달 동안 지내다가 결국은 경찰에 붙잡히는 결말이었는데 윤리적으로 하다보니 편집을 하였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니까 이정도 방관자의 역할이 맞다고 생각했다.

 

 

▶주유소에서 영화를 마무리한 의도는?

 

 

깨끗이 씻어 낸다는 정화의 의미도 있지만 제휘가 세차장에서 노동을 한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두었다. 삶에 대한 전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기작에 대한 소개?

 

 

아시아 펀드를 지원 받는 영화로 제목은 ‘도깨비’로 처절한 러브 스토리이다. 도깨비 남자와 사채업자 여자의 사랑이야기이다.

 

 

▶이 영화가 열린 구도인지 닫힌 구도인가?

 

 

이 정도에서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그리고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이 사려 깊게 생각하는 영화였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10월 25일 CGV를 중심으로 개봉한다. 네이버에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치면 블로그가 나온다. 그 공간에서 관객들과 더 이야기 나누고 싶다. 방문자 수 늘어날수록 즐거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