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아서 못 자겠어요”

열대야에 절대 하지 말아야할 금기

강릉에서 4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고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등 전국이 찜통더위로 맥을 못추고 있다.


기상청은 무더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늦은 밤까지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공원이나 강변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열을 식히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후텁지근한 열대야가 한동안 계속되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쉽다.


열대야를 건강하게 이겨내는 비결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최경숙(崔京淑)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열대야란?


열대야란 하루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를 넘는 것. 이 현상은 일 평균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이면서 일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무더운 여름에 자주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장마가 끝난 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했을 때 밤에 복사냉각효과가 감소하여 나타난다.


또 도심 속 사람·자동차·공장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인공열은 한여름의 수은주를 더 끌어올리고, 빌딩이나 아스팔트와 같은 인공구조물도 한낮에 열을 흡수해 두었다가 밤에 뿜어낸다.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으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대기 밖으로 방출시켜야하는 열기를 그대로 붙잡아두는 ‘도시열섬’ 현상 즉 온실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도시지역이 농촌지역보다 열대야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후텁지근한 여름밤에 잠 안 오는 이유


수면은 기온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온이 높으면 잠자는 동안 체내의 온도조절 중추가 발동하면서 중추신경계가 흥분하게 되며 결국 몸을 자꾸만 뒤척이게 되고, 꿈을 꾸면서 깊은 수면을 취하게 되는 단계인 렘(REM)수면이 줄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밤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자면 생체리듬이 깨져 불면의 밤은 내일도 모레도 계속 이어진다. 한번 뒤틀린 생체리듬은 열대야가 없어지더라도 곧바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피로감, 짜증, 무기력, 집중력 장애, 두통, 식욕부진, 소화장애 등의 여러 증상이 나타나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작업장에서는 산업재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열대야에 절대 하지 말아야할 금기사항


열대야에 시달린 다음날 아침은 왠지 잠을 잔 것 같지 않고 피곤하다. 항상 온몸이 무겁고, 낮에는 꾸벅꾸벅 졸거나 두통,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는 ‘열대야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졸린다고 낮잠을 오래 자면 생체리듬이 깨어지게 되며, 자칫하면 인체 내에 있는 ‘생체시계’가 헝클어지면서 불면증에 빠질 수 있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최경숙 교수는 “우선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요인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카페인이 든 커피나 홍차, 초콜릿, 콜라, 그리고 담배는 각성효과가 있어서 수면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면 중추신경이 흥분할 뿐 아니라 피부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됐다가 확장되는 생리적인 반작용이 생겨 오히려 체온이 올라간다. 또 잠이 오지 않는다고 공포영화와 같은 납량물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 등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한 침대에 누워 억지로 잠을 자려해서는 안되며 15분 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를 벗어나서 몸을 식힌 후에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저녁 무렵 간단한 산보하는 것 정도는 좋지만 늦은 시간 과다한 육체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늦은 밤에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자기 직전에 식사를 하면 소화를 시키느라 몸에서 열이 더 나기 때문이다. 잠자기 전 수박이나 음료수 등 수분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술을 한잔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술을 마시면 잠이 잘 들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잠깐 뿐이고 오히려 수면 중간에 자주 깨게 만들므로 좋지 않다.


불면의 악순환 어떻게 탈출하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다. 규칙적인 생활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되고 그로 인해 무더운 여름에도 생체리듬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적당한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 절제된 생활만이 건강을 지키는 비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같은 시간에 기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잠을 설쳤다고 해서 늦잠을 잤다가는 불면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흰쌀밥보다는 국수나 잡곡, 그리고 비타민이 많은 야채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신선한 우유나 두부 같은 콩으로 만든 음식도 더위를 견디기 쉽게 해준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땀을 씻어내므로 피부가 기분 좋게 뽀송뽀송해지고, 체온도 내려가게 된다. 초저녁의 적당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면 당장은 체온이 올라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체온이 내려가 수면을 취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