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 배용환
바람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동냥코자 왔다가
누구를 사냥코자 가는가
지난 늦가을
저 바람 앞에 조아려 서리서리 진저리치며
숨 끊었던 국화꽃이 다시 피는 까닭은 무엇이며
시간의 단도는 또 왜, 대뜸 꽃잎의 목을 치는가
망각의 허공에 모두 버릴 걸
나, 무슨 꿈을 꾸고 있는가
파견노동자였던 친구의 푸른 자결이
붉은 핏물 떨구는 산허리에서
타살의 증거를 골똘이 들여다보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