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해군의 안보

무개념·무책임 분노 치솟아...

제주 강정마을 해군제주기지사업단에는 이은국 단장(대령)을 포함해 해군 장병 33명이 근무하고 있다. 24명이 장교이고, 3명은 부사관, 6명은 수병이다. 시공사와 감리단 직원 30여명도 함께 일한다.

해군사관학교 36기인 이 단장은 제주함 함장을 마치고 2007년 7월 현직에 부임했다. 김태환 당시 제주지사가 해군기지 후보지를 강정마을로 확정 발표한 지 두 달 뒤였다.

이 단장은 이후 4년여 동안 해군기지 반대 주민·단체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2007년 7월 강정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에서 시작된 반대 주민·단체의 방해는 사전환경성 검토, 공동생태계 조사, 토지보상·지적측량 등 법적·행정적 절차가 진행될 때마다 집요하게 이어졌다.

현역군인 신분으로 민간인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심했지만 몸으로 길을 막아서는 시위대를 피해갈 방법은 없었다. 민간인인 시공사 직원들이 나서 시위대에 대처해주길 바랐지만, 시공사 직원들은 "분진·소음 같은 공사 민원이 아니라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시위이니 사업 주체인 해군이 나서야 한다"며 한 발 뒤로 빠졌다.

이 단장은 반대 주민·단체 관계자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외울 정도로 이들과 자주 부딪혔다.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높임말을 쓰는 게 버릇처럼 굳어져 제삼자에게 시위대 얘기를 전할 때에도 '그분들'이라는 표현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시위대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폭언·욕설은 약과이고 폭행도 자주 발생했다.

이 단장 자신도 2009년 2월 공동생태계 조사 때 시위대로부터 눈썹과 머리를 플라스틱 파이프로 얻어맞았다. 시위대는 해군 장병들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제복의 견장을 뜯기도 했다. 해군 장교의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해군 측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경찰에 고소한 폭행 사건만 6건이다.외부세력이 본격 개입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반대 주민·단체들의 불법행위 내용을 보면 과연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위대는 시공사 직원 휴대폰을 빼앗아 파손하고, 감리단 직원 팔을 부러뜨렸다. 공사트럭 밑에 드러누워 차량 운행을 방해하는 것도 단골수법이다. 해군 소령을 폭행해 전치 3주의 손가락 골절을 입히고, 해군 장병의 디지털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빼앗았다.

현장사무소 출입문을 부수고 불법집회를 갖기도 했다. 몸싸움을 하는 척하면서 해군 장병의 팔을 꼬집거나 정강이를 걷어차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이런 불법행위 현장 부근에는 경찰이 배치돼 있지만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기 전까지는 개입하지 않았다.

경찰이 시위대를 괜히 자극하지 말라며 거꾸로 해군 장병을 말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해군 장병의 입장에선 민간인 시위대와 주먹을 내지르며 싸울 수도 없는 데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주지 않아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군(軍)은 전쟁 때 적을 무찌르기 위한 조직이다. 사기(士氣)로 먹고 살며 명예를 중시하는 군 장병들이 불법시위대로부터 폭언·욕설을 듣고 얻어맞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졌을까?

해군기지가 해군이 주도하는 국책사업이라고 하지만 군과 민(民)이 적대적·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지면 당연히 총리실 등 민간인이 대신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해군 장병을 4년 이상 불법시위대의 폭력 앞에 방치한 정부 당국자들의 무개념·무책임에 분노가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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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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