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한국기자연대] “책임지는 지성인(知性人)의 모습을 보고 싶다". 최근 가뜩이나 하수상한 시국에 인하대에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 생겼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지난해 인하대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탈락사태와 연구실 화재사건 그리고 최근 상상조차 어려운 비극적인 교내 성범죄 참사 등으로 지역거점대학 인하대의 명예가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는 모습을 보며 대다수 시민들의 우려와 개탄의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하대가 지난달 중순 차기 제16대 총장 초빙공고를 냈고 이 같은 최악의 사건에 무한책임이 있는 현 총장이 연임을 위해 후보등록을 했으며 이달에 재단의 형식적인 선출절차를 거쳐 연임이 유력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 같은 충격적인 사건에 책임을 지고 피해자와 대학구성원에게 백배사죄하고 물러나 자숙하고 있어야 할 총장이 아직도 재임 중이며 자신의 현 임기를 채우는 것도 부족해서 차기 총장 후보로 등록까지 하였고 재단에서는 한술 더 떠 그의 연임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인하대는 1954년에 이승만대통령이 하와이 교민들의 피땀 어린 성금과 전 국민의 혈세로 설립한 민족의 대학이다. 1968년 현 재단인 한진그룹이 인수했고, 1972년 인천의 유일한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 인하대가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은 약 19만 명에 이르며 이들은 자부심을 갖고 산업분야를 포함한 이 나라 각 분야에서 성실하게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렇듯 지역사회는 물론 이 나라 발전을 선도하는 19만여 명의 집단지성을 배출해 온 인하대가 최근 연이은 참사로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누적돼 있음을 대학구성원과 전 국민에게 알렸다. 특히 지난해 구성원들의 합심된 노력으로 일부지표에서의 탁월한 성과가 있음에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전국 136위 아래 등위로 탈락함으로써 '부실 대학'이라는 꼬리표를 全국민에게 각인시키며 대학구성원과 졸업생은 물론 지역사회에까지 큰 충격을 안겨줬고 인하대의 명예는 회복키 어려운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 황당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현 총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곧바로 물러나 자숙함으로써 대학구성원과 졸업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이 사태가 더 이상 거론되지 않게 함으로써 인하대의 명예가 더 이상 실추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그런데 현 총장은 ‘선 수습 후 사퇴’란 시간 끌기식 변명으로 사퇴하지 않았고 지금 연임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인하대교수회·총동창회는 1차로 압축된 후보 중 현 총장을 제외한 4인의 후보를 대상으로 '제16대 총장후보자 초청 공청회'를 가졌다. 그런데 현 총장은 공청회가 진행되는 동안 학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주어진 임기를 다한 총장으로서 인하대 정상화의 첫 걸음을 뗐다”, “구성원 동의와 재신임으로 인하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겠다”며 16대 총장 입후보 담화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인하대는 학교의 명운이 걸린 두 개의 시급한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지난 10년간 방치해온 송도 글로벌캠퍼스 건립이며 다른 하나는 기부금확충을 비롯한 안정적 재정마련이다. 이 두 과제는 시대변화에 따른 대학발전과 수험생들의 대학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로서 최근 대학평가 20위권으로 하락한 인하대의 명운이 걸려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 두 과제의 해결여부는 총장의 대외적인 정치역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총장에게 재임기간 중에 위 두 당면과제의 중요성을 인식은 했는지 인식하고 있었다면 무슨 해결책을 만들어 냈는지 묻고 싶다. 듣기로는 이 두 과제는 지난 4년간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 총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 두 과제를 해결할 정치역량을 가진 후임자를 찾도록 총장선출위원회를 돕는 것이 졸업생과 대학구성원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고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총장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이다.

 

대학교는 지성인을 길러내는 독립된 민주주의 교육장으로 대학 총장의 지위와 그에 따른 언행은 지성인집단의 롤모델이 돼야한다. 재임 중에 인하대를 부실한 대학으로 추락시키고 졸업생과 대학구성원 그리고 지역사회를 실망시킨 총장이 취할 태도는 분명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책임지고 사퇴하여 상식을 가진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