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연대 김순연 기자 ] “놀 권리, 말할 권리, 안전할 권리.”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실험과 노력에 머물렀던 아이들의 권리가 마침내 국가 정책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회장 정갑영)는 정부가 지난 12월 26일 발표한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5~2029)’에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Child-Friendly Cities Initiative) 제도화 방안이 공식 포함됐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아동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대우하는 정책 전환이 국가 차원에서 선언된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크다.
이번 기본계획은 ‘모든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한 기본사회 실현’을 목표로, ‘아동 참여를 통한 아동 권익 내실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핵심 실행 과제로 ‘아동친화도시 제도화 및 개선을 위한 민·관 협력 확대’가 명시됐다. 지난 10년간 전국 곳곳에서 추진돼 온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의 성과가 국가 아동정책의 공식 패러다임으로 인정받은 순간이다.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는 행정 시스템 전반에 아동권리를 심는 국제 이니셔티브다. 아동권리 교육, 아동 참여 기구 운영, 정책 결정 과정 반영, 아동 예산 확보, 거버넌스 구축, 도시 공간 설계까지 아이들의 일상과 삶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복지 사업이 아닌 행정 철학의 변화다.
이번 제도화의 가장 큰 의미는 분명하다. 특정 취약계층 아동만을 위한 ‘선별적 복지’를 넘어, 모든 아동의 권리를 비차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이 제도에 새겨졌다는 점이다. 지방정부 중심으로 진행되던 아동친화도시 정책은 앞으로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 아래 전국적 확산의 길을 열게 된다.
정부는 향후 지방정부 단위의 통합 아동정책 추진, 데이터 기반 성과 관리, 아동권리 이행 상황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아동 관련 예산 배정 역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한국의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수준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미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한국 어린이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시작한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가 이제 국가 아동정책의 일부로 진일보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그동안 현장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애써온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내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아동권리 증진 역할이 명시된 유일한 유엔 산하기구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한 기금 모금과 함께, 국내에서는 아동친화사회 조성 사업을 통해 아이들의 권리가 일상에서 실현되도록 힘쓰고 있다. 아이의 말이 정책이 되고, 아이의 삶이 도시를 바꾸는 시대. 아동친화도시는 이제 ‘선택’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