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연대 백형태 기자] 기록되지 않은 문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기억 속에 남는다. 신굿과 신점으로 이어져 온 한국 토속신앙 역시 문헌보다 삶으로, 글보다 수행으로 전해져 왔다. 이 전통의 한가운데에서 수십 년간 신과 인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속인이 있다. 사단법인 전통민속문화재단 백경 이화자 부회장(무연사,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각골로 41 4층 )이다.
이화자 부회장은 신굿과 신점, 진오기굿 등 한국 토속신앙 의례 전반을 수행해 온 전승 주체다. 특히 작두 의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무속 수행은 자극적 장면이나 개인적 기예로 소비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신굿의 전통적 구조와 윤리, 수행자의 책임을 온전히 보여주는 현장 중심의 실천으로 평가받는다. 본지는 이화자 선생의 굿 현장을 찾아, 그가 강렬히 추구하는 메시지를 직접 확인했다.
◇‘작두’는 기예가 아니라 책임이다.
작두 위에 오르는 장면은 종종 극적인 이미지로 소비된다. 그러나 무속에서 작두는 본래 볏짚이나 풀을 자르던 생활 도구로, 신과 인간의 경계를 상징하는 의례적 매개물이다. 이화자 부회장의 작두 의례는 위험을 견디는 능력을 과시하는 장면이 아니다. 신의 말을 온전히 감당하겠다는 무속인의 결단과 책임을 몸으로 드러내는 수행 과정이다.
작두 의례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신굿의 흐름 속에서 정해진 절차와 기도, 금기와 공동체적 합의 아래 수행된다. 이는 무속이 개인의 능력에 의존한 행위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공동체 문화임을 보여준다. 이화자 부회장의 작두 의례가 상징성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굿은 공연이 아니라 삶의 의례다.
굿은 종종 ‘의식’이나 ‘공연’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전통 사회에서 굿은 공동체의 불안을 다스리고, 개인의 삶을 정돈하는 실질적인 문화 행위였다. 치병과 해원, 축원과 천도에 이르기까지 굿은 삶의 고비마다 수행되어 온 생활 속 의례였다.
이화자 부회장이 집전하는 신굿과 재수굿, 치병굿은 결과의 효험 이전에 의례가 만들어내는 긴장과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굿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인간이 불확실한 삶을 견디도록 돕는 문화적 장치라는 메시지가 굿 전반에 일관되게 흐른다.
◇진오기굿, 죽음을 넘어 삶을 잇는 의례.
진오기굿은 망자의 넋을 이승의 얽힘에서 풀어 저승으로 온전히 보내기 위한 대표적인 천도 의례다. 이는 단순한 장례 절차가 아니라, 떠난 자와 남은 자가 마지막으로 말을 나누는 문화적 장치에 가깝다. 이화자 부회장의 진오기굿은 망자를 보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망자의 한과 미련을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유족들 또한 상실의 시간을 정리하게 된다. 진오기굿이 죽음을 다루는 굿이 아니라, 남은 삶을 다시 이어주는 의례라는 인식은 그가 굿 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신점, 미래를 맞히는 기술이 아니다.
신점은 흔히 개인의 길흉이나 미래를 점치는 행위로 축소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신점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내려오는 말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의례적 언어 체계다. 이는 예언이 아니라 성찰에 가깝다. 이화자 부회장의 신점은 결과를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삶을 돌아보고, 어떤 태도로 시간을 건너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신점은 굿과 분리된 기술이 아니라, 신굿 속에서 내려오는 말과 기도, 상징과 징후를 종합적으로 읽어내는 무속 고유의 해석 방식이다.
◇전통은 ‘보존’이 아니라 ‘전승’이다.
이화자 부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보존’보다 ‘전승’이다. 전통은 박물관에 머무를 때가 아니라, 현재의 삶과 만날 때 살아남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는 전통민속문화재단 활동을 통해 토속문화예술의 의미를 현대 사회의 언어로 설명하며, 이 전통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를 설득해 왔다. 토속신앙을 미신이나 비합리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그는 “불확실한 삶을 견디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온 문화적 장치”라고 말한다. 이는 민속학적 관점에서도 충분한 설명력을 지닌 해석이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 오늘을 산다.
전통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을 살아내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현재가 된다. 신굿과 신점, 작두 의례에 이르기까지 토속신앙의 전통을 몸으로 이어온 이화자 부회장의 행보가 의미를 갖는 이유다.
이화자 선생의 활동은 특정 신앙을 확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 민속문화의 한 축을 기록하고 이어가는 작업에 가깝다. 신의 말은 글로 남지 않아도 사람을 통해 전해진다. 이화자 선생은 굿 현장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몸으로 증명하며, 오늘도 전통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