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보도]“불교와 무교는 하나다”… 분리의 시대를 끝내다

창원 해암사 ‘진제천왕 진적굿’… 수행·이론·공동체 결집, 한국형 정신문화 통합 선언

 

[한국기자연대 공동취재단]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괭이바다길 312 해암사 굿당. 이곳에서 포착된 ‘진제천왕 진적굿’은 단순한 민속 의례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한국 전통 정신문화의 심층 구조를 드러낸 결정적 현장이었다"

 

한국기자연대 공동취재단이 29일 긴급 투입해 기록한 이번 의례는 ‘기도’가 아닌 ‘질서의 작동’이었다. 그 중심에는 단연 108 작두 수행이 있었다. 이 수행은 극한의 장면이 아니라, 인간과 공동체, 그리고 보이지 않는 질서 사이를 연결하는 ‘통과 구조’로 확인됐다. 이번 행사의 정점은 주관사인 한국토속문화연구소(소장 해공 전성건)가 중심에 있었다.

 

 

◇“문을 여는 의식”… 공간과 질서의 동시 개시.

의례는 오전 10시 진제 스님의 예불 독경으로 시작됐다. 북소리와 함께 열린 초입 의식은 단순한 시작이 아니었다. 이는 공간과 시간의 경계를 여는 ‘문 열림’이자, 보이지 않는 질서를 현실 위에 호출하는 선언이었다. 200여 명의 참석자가 숨을 죽인 채 지켜보는 가운데, 굿은 첫 동작부터 이미 ‘기도’를 넘어 ‘구조’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108 작두 수행… “고통을 걷는 것이 아니라, 질서를 통과시킨다”

 

이번 의례의 핵심은 단연 108 작두 수행이었다. 칼날로 구성된 108계단은 불교의 108번뇌를 상징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된 의미는 그 상징을 훨씬 넘어섰다. 진제 스님의 행위는 단순한 극한 수행이 아니었다. 개인의 고통을 극복하는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번뇌 구조를 한 몸에 받아내고, 그것을 직접 ‘통과’시키는 매개 행위였다

 

즉, 그는 고통을 견디는 수행자가 아니라 질서를 대신 통과시키는 존재로 기능하고 있었다. 칼날 위를 맨발로 오르는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위험’이 아니었다. 칼날은 공포의 상징이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 인간과 신, 혼돈과 질서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그 위를 걷는다는 것은 경계를 회피하지 않고, 몸으로 직접 가르고, 결국 하나로 연결하는 행위다. 특히 맨발이라는 점은 상징성을 극대화한다. ▷보호를 제거한 상태 ▷감각을 완전히 노출한 상태 ▷질서와 직접 접촉하는 열린 상태, 이 수행은 초월이 아니라 경계를 제거하는 과정이었다.

 

◇한 걸음씩 쌓이는 질서… ‘과정 자체가 완성’

 

 

108계단은 단번에 넘을 수 없다. 진제 스님은 한 계단씩, 흔들림 없이 올라섰다. 그 걸음 하나하나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다. ▷한 층위의 번뇌 해체 ▷한 단계의 질서 재정렬, 이 수행은 결과를 향한 행위가 아니라 과정 자체가 완성된 구조였다. 질서는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 반드시 단계적으로 재배열된다. 그 사실이 작두 위에서 그대로 구현됐다.

 

◇침묵의 순간… 집단 의식의 동기화.

 

오후 2시 칼날 위 수행이 진행되는 순간, 현장은 완전한 침묵에 잠겼다. 이 침묵은 단순한 정적이 아니었다. ▷모든 시선이 하나로 모이고 ▷모든 의식이 동일한 지점에 집중되며 ▷참여자 전체가 하나의 구조 안으로 들어가는 상태, 이 순간, 현장에 있던 이들은 더 이상 관객이 아니었다. 수행자 1인과 공동체 전체가 동시에 작동하는 집단 의례 구조가 완성됐다.

 

◇대속 수행… “한 사람이 모두를 대신 통과한다”

 

이번 108 작두 수행의 핵심은 ‘대속’이었다. 진제 스님은 자신의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타인의 병고 ▷공동체의 갈등 ▷얽힌 운명의 구조, 이 모든 것을 대신 짊어지고 칼날 위를 통과하는 행위였다. 이는 불교와 무교의 핵심 구조가 만나는 지점이다. 불교의 보살행은 중생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는 수행이며, 무교의 의례는 신과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 구조다.이 두 체계는 작두 위에서 완전히 하나로 결합됐다.

 

◇제석신사맞이… 개인·가문·공동체의 동시 정렬.

 

이어진 제석신사맞이는 의례를 완성하는 핵심 단계였다. 이 과정에서는 △개인의 업 정리 △가문의 흐름 정렬 △ 공동체 기운 재편, 이 세 축이 동시에 작동했다. 이는 불교의 업 사상과 무교의 신격 의례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 안에서 결합되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3개 단체 업무협약 체결… 전통의 ‘공공 확장’ 공식화.

 

 

의례 직후 현장에서는 이번 행사 기획 주관사인 한국토속문화연구소(소장 해공 전성건)가 사단법인 전통민속문화재단(이사장 김순연), 영남장애인협회 중앙회(중앙회장 이기봉)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형식적 체결이 아니었다.

 

“불교와 무교는 하나다" 공동선언과 함께 △전통 의례의 공동 연구 및 학술 체계화 △전통민속의 문화·복지 프로그램 연계 확대 △장애인 참여 기반의 공동체 문화 모델 구축 △전통 정신문화의 공공 자산화 추진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불교와 무교는 하나다”… 공동선언의 구조적 의미.

 

업무협약과 함께 발표된 공동선언은 이번 의례의 결론이자 핵심이었다. 한국토속문화연구소는 두 단체는 선언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불교와 무교는 하나다” 이 선언은 단순한 종교 통합 구호가 아니다. 그 구조는 명확하다. 불교→수행과 내면 정화의 체계,  무교→현실에서 질서를 구현하는 의례 체계의 두 체계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을 가진 이중 구조이며, ▷인간의 고통을 해체하고 ▷세계의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동일한 지향점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또한 선언문에는 “전통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를 치유하는 작동 구조”라는 인식이 명시되며, 전통 정신문화의 현대적 역할을 ‘공공적 기능’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200명 대동판… 전통의 사회적 확장.

 

현장에는 약 20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장구와 민요 공연에 직접 참여하며 의례의 중심에 섰다. 이는 전통민속이 특정 신앙 집단의 영역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열린 공동체 구조임을 보여줬다. 전통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복지·문화·공동체를 연결하는 사회 통합 장치로 확장되고 있었다.

 

◇탐사보도 결론.

 

공동취재단은 이번 의례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진제천왕 진적굿은 민속이 아니다. 그것은 질서를 호출하고 현실을 재배열하는 구조다” 특히 108 작두 수행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칼날은 고통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경계이며, 동시에 통로다.

 

그리고 그 위를 걷는 행위는 위험이 아니라, 혼돈에서 질서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창원 해암사 굿판은 하나의 사실을 증명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전통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것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재구성하는 ‘작동하는 질서’다. 그리고 지금, 그 질서는 분리된 종교의 경계를 넘어 다시 하나로 결합되고 있다.